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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 의창만필]이 세상에 '비방'은 없다(서구일 선생님 칼럼)

9,380 2019.01.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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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 의창만필] 이 세상에 '비방'은 없다 (서구일 선생님 칼럼)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 역대급 효과라 홍보하는 새 주사 약물배합만 바꿔 신약처럼 포장

- 인생에도 '특효 처방법'은 없어, 맡은 일 충실하면 성장도 따라와

 

고객들에게 새로운 레이저나 세간에 유행하는 피부 관련 비방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듣는다. 최근의 역대급 비방은 모클리닉에서 개발했다는 지방분해주사다. 특허받은 지방분해 성분의 주사로 얼굴을 갸름하게 해주고 종아리를 날씬하게 해주고 뱃살을 줄여준다고 한다. 주사 효과가 좋아 병원이 도떼기시장처럼 북적대고 미국의 유명 모델까지 올 정도라고 한다. 처음에 몇 번 들었을 때는 아직까지 그런 주사는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친한 지인들에게 직접 그 주사를 맞아보고 싶다며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와 직접 확인까지 하게 됐다. 해당 병원의 홈페이지를 보니 첫 화면에 크게 ‘특허받은 치료법’이라며 특허등록증 사진을 띄워놓기는 했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특허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홈페이지 사진의 특허등록증을 보니 ‘물질특허’가 아닌 ‘조성물특허’였다. 신약과 같은 신물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는 물질특허와 달리 조성물특허는 기존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여러 약물의 배합 조성을 달리하기만 해도 특허를 낼 수 있다. 특허청에서 해당 특허 내용을 확인해보니 역시 기존에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는 약물들(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어 10여년 전 유행했다가 이제는 별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약물들)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농도를 줄였다는 것이 발명의 요지였다. 즉 새로운 지방분해주사 약물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약물의 농도를 줄이고 몇 가지 성분을 추가해 조성물특허를 받고 그것을 마치 새로운 비방인 양 포장한 것이다. 대신 부족한 효과는 보톡스로 보는 걸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보톡스를 주사하면 발달된 근육의 볼륨을 줄여줘 큰 저작근으로 인한 사각턱 얼굴이 갸름하게 되고 종아리의 알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뱃살에 주사 시술을 직접 받아본 환자에게 물어보니 주사 치료와 다이어트를 꼭 병행하라고 한다. 아니 다이어트를 할 거면 몇백만 원 주고 주사를 왜 맞나. 결국 효과는 특허와 상관없는 걸로 보면서 마치 그 병원만의 비방인 양 잘 포장해 비싼 치료비를 받는 마케팅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실 비방에 관한 원조는 한의학 분야다. 고려 시대 비방이라고 선전하는 한의원, 몇 대째 본인의 집안에만 내려오는 비방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의원, 아토피나 건선 같은 만성 피부질환의 비방을 가지고 있다는 한의원,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 암환자를 위한 비방이 있다는 한의원 등 다양하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잘 되지 않는 질환일수록 비방의 유혹들이 많다. 특히 말기 암환자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매달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 비방은 없다. 진짜 효과 좋은 비방이 있다면 글로벌 시대에 신약으로 개발해 상품화하는 것이 자기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것보다 수천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방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은 특별한 차별성이 없거나 아니면 불법적인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품화를 하지 못할 따름인 것이다. 지난해에는 12년간 당뇨 치료용 전문의약품 성분을 숯가루와 섞은 가짜 당뇨환을 만들어 1만3,000여명의 당뇨병 환자에게 판매해 38억원의 수익을 챙긴 한의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비방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날 때도 되었건만 혹시나 하는 연약한 사람의 마음 때문에 비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삶에도 비방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듯이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인생이 된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면서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장하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외환위기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박세리 선수의 하얀 발과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못생긴 발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뤄진다”는 말을 재삼 확인시켜준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100%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도록 노력하다 보면 2019년도 성장하는 한 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DWNTA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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