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성명서]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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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성명서]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단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 단 입니다.
저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며 오늘도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의료 현안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총회에서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과 입장을 밝히고자 글을 씁니다.
먼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발표, 더불어 보건복지부 명령까지. 대통령님과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작금의 사태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진 것이라곤 의사 면허증 한 장이 전부입니다. 응급실에서는 환자 살려보겠다고 바둥거리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감시하겠다고 경찰에 협조 요청까지 했다는 자료가 돌고 있어 거대 권력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나. 전공의
전공의란 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77조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을 받는 사람을 말합니다. 흔히 인턴과 레지던트로 불리며 대체로 대학병원급의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4-5년 동안 수련을 받습니다. 전공의는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직종입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소위 전공의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법에 의해 주당 80시간, 최대 36시간 연속 근무가 가능합니다. 2022년 본 회에서 실시한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77시간으로 월평균 330시간에 이릅니다. 전공의 특별법에 의거하여 전공의는 주당 최대 88시간까지만 근무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조사에 응답한 전공의 25%는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
정부는 의료계의 수많은 우려를 무시하고 2월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그리고 2월 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정책에는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총액계약제를 시사하는 지불 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규제를 통해 의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들로 가득합니다.
의료계에서 파업 등의 단체 행동이 거론되자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 역시 "노조 같으면 노동 3권이 있지만 의사는 개원이든 봉직의든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 김헌주 국장이 "의사는 공공재다"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며 통제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셋. 제안
현재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젊은 의사들의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의 필수 의료 분야 전공 선택 기피와 해당 분야 전문의들의 이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의대 증원을 통해 낙수 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물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합니다. 2023년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만약 의사라면 무슨 전공과목을 선택하겠느냐"라는 질문에 "근무 여건과 수익이 좋은 과를 택하겠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조규홍 장관님의 말 그대로 필수 의료 분야의 근무 여건과 수익을 개선해 주면 됩니다. 이를 위해 전문의 중심 의료 체계 구축, 의대 교수 증원, 경증 환자 상급 병원 의료 이용 제한,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필수 의료 등 의료 수가 정상화,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전공의 교육 개선이 우선 시행해야 합니다.
수련 자체를 기피하는 전공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공의는 값싼 인력으로 치부되어 병원에서 착취되고 있습니다. 36시간 연속 근무는 폭압적입니다. 24시간 동안 주간 정규 근무와 야간 당직 근무를 소화하고 다음 날 저녁까지 12시간 동안 주간 정규 근무를 추가로 지속하는 것은 환자 안전 뿐만 아니라 전공의 건강에도 위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2월 1일 전공의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전공의 24시간 연속 근무 제한을 조속히 시행해야 합니다. 나아가 전공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 시간 주 40시간 제한 도입, 전공의 임금 인상 및 수련 비용 지원 등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으로 수많은 대학병원들이 소아 응급실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있습니다.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비단 소아청소년과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최근 대학병원들이 저마다 수천억 규모의 비용을 들여 수도권 분원 설립을 진행하고 있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고 비교적 낮은 임금의 전공의와 진료지원인력(PA)로 불리는 간호사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학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학병원 교수 증원과 환자 15명 당 전문의 1명 고용 등 전문의 인력 기준 도입, 이에 필요한 재정 추계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응급, 중증, 외상 등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은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응급실에서도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수억 원대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의사들이 소아과, 흉부외과 등의 꿈을 포기합니다. 정부는 하겠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여 하루라도 빨리 일선 의료 현장의 부담을 덜어야 합니다.
2,000명은 해도 너무 지나칩니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확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였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이전 본 회의 성명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건 의료 분야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해 정확한 의사 인력 수요 예측과 수급 계획이 중요합니다. 의사 부족에 대한 근거자료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간 이견이 있는 상태이며 이미 본 회에서도 정부에서 제시한 근거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HRSA)라는 기관을 두고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별도의 기관이 없습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2,000명 증원이라고 내지를 것이 아니라 의료 인력 수급추계 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참여하여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마련입니다. 2023년 10월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도되었습니다. 이번 이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5년간 10조 투입 외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재 14% 정도로 정부는 법정 지원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전년도 미납금만 6조 원에 이릅니다. 일본의 경우 28%, 프랑스의 경우 57% 국고를 지원하는 상태로 해외에 비해 국고 지원율도 지극히 낮은 상태입니다. 이마저도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을 위해 해외 수준으로 국고 지원을 증액하고 건강보험 구조를 개편해야합니다.
넷. 그리하여
곧 설입니다. 저는 지난 3년 간 응급실에서 근무하느라 명절에 부모님을 뵌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다른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전국 15,000여명의 전공의들은 명절뿐만 아니라 일 년 365일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수술실에서 우리의 젊음을 불태우며 환자분들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같이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와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 명의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을 밝힙니다.
** 끝으로 각 수련병원 별 전공의 협의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면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국으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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