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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연구비 들인 한방 난임치료 연구, 영국 과학자 '비과학적‘ 논문심사 거부

6,200 2019.12.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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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연구비 들인 한방 난임치료 연구, 영국 과학자 '비과학적‘ 논문심사 거부

- 영국 과학자 "한국 한방 난임치료 연구 '비과학적'" 논문심사 거부 

- 보건복지부 6억2000만원 투자 연구

- 후속 지원정책 마련 위해 과학적 인정 받으려 국제학술지에 낸 듯

 

영국의 의료 통계학자가 국내 한의학 연구팀이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저널에 투고한 논문 게재 심사를 거절하고 관련 연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관련 연구는 한방 난임 치료에 관한 연구라는 점에서 국제 학계로 확산될 경우 국내와 한의학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잭 윌킨슨 영국 맨체스터대 보건과학센터 연구원은 이달 4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한방여성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 저널에 투고한 연구 논문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가 터무니없고(ludicrous) 비과학적이며(This is not science) 임상연구가 아니기 때문에(This is not clinical research) 심사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윌킨슨 연구원은 시험관 아기의 성공률 통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다. 한국 한의학 연구자의 리뷰를 거절한 학술지 이름은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윌킨슨 연구원은 자신이 리뷰어임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학술지 측이 보낸 논문 초록과 평가 거부 이유를 적은 리뷰어 페이지를 캡쳐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이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킨슨 연구원은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논문 심사 내용을 이런 식으로 공개해도 되냐"고 묻는 질문에 "연구자의 커리어를 위해 이런 가짜 연구를 저널에 게재하는 것이 여성들의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이라거나 "이 논문을 심사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답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한방적 접근 방식으로 난임 환자를 치료한 결과 인공수정보다 성공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산부인과 난임클리닉에서는 원인 불명 난임으로 판정된 부부를 대상으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다. 인공수정은 남성의 정액으로부터 정자를 추출해 특수 처리를 한 다음 자궁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정자뿐 아니라 여성의 난자를 바깥으로 채취해 수정시킨 다음 2~5일간 배양시켜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한의학계에서도 한방으로 난임을 치료해 왔다. 한약이나 침술을 이용해 난소나 자궁 등 생식기관뿐 아니라 몸 전체의 기능을 보완해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김동일 교수팀은 이런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로부터 6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2015년 6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4년간 연구를 했다. 동국대와 경희대, 원광대에서 원인 불명 난임으로 판정받은 20~44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한약 복용과 침구 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7주기 동안 90명 중 13명이 임신했고, 이 중 7명이 출산에 성공했다. 나머지 6명 중 1명은 자궁외 임신, 5명은 유산을 했다.

연구팀은 한방 난임치료의 경우 임신 성공률이 약 14.44%로 산부인과 난임클리닉에서의 인공수정(13.91%)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산율이 높게 나온 이유로 연구 대상자들의 연령이 높고, 이미 다른 병원에서 난임 치료 경험이 많아 상대적으로 가임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2019 한의약 난임지원사업 성과대회'를 열었다. 한의협은 "최근 연구 결과 한의 난임치료의 뛰어난 성과를 재확인 했다"며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21일 이 연구결과가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한의협과 함께 한방 난임치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토론회를 열자고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의협은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대조군이 없어 신뢰할 수 없으며, 인공수정과 성공률을 비교한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팀은 한방난임치료의 성공률을 여성의 월경 7주기 동안 몇 명이 임신을 했는지 누적해 계산했지만, 인공수정에 대해서는 단 1회의 성공률로 따졌다.

의협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인 최영식 연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사례를 모아놓은 집적보고에 불과한데 과학적인 근거 중심으로 검증됐다고 발표했다"며 연구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음을 꼬집었다. 그는 또 "한방 난임치료의 1주기 평균 임신 성공률을 계산하면 약 2%로 원인 불명 난임 환자가 별다른 치료 없이 1주기 당 자연임신 성공률(2~4%)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런 비교 방식은 월급 700만원인 사람에게 월급 100만원인 사람이 7달 동안 벌면 똑같아진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방 난임치료로 인해 유산율이 높은 것은 대상자의 나이나 난임 치료력 때문이 아닌, 한방 치료로 인한 중대한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부인과학회에서도 한방 난임치료에 따른 유산을 우려했다. 관계자는 "한방 난임치료를 받은 13명 중 5명이 유산, 1명이 자궁외임신을 했다는 것은 아무리 연구 대상자 수가 적었다 하더라도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의료계에서는 한약이 유산이나 기형아를 유발할 위험이 있어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한약의 성분과 양이 다르고, 또 어떤 성분을 넣는지 명확하게 공개돼 있지 않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한의학계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사용을 해온 만큼 효능과 안전성은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입증된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수백 수천년 전에는 수은에도 약효가 있다고 생각해 약물로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인체에 해를 끼치는 중금속으로 밝혀졌다"며 "오랫동안 써왔으니까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로 부터 지원받은 이 사업 과제를 최종 완료하려면 반드시 SCI 급 저널에 논문을 한 편 이상 게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한의학계가 국고를 거액 지원 받고도 결국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성급한 결과를 내놨다고 보고 있다.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잘 설계된 연구를 통해 뚜렷한 데이터와 과학적인 근거를 얻고 국제 학계 공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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