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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성명서]선배님 떳떳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협을 세워 주십시오

4,717 2020.09.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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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성명서]선배님 떳떳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협을 세워 주십시오

 

존경하는 선배님, 그리고 스승님, 안녕하십니까.

 

1만 6천 전공의와 함께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입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함께 응원해주시고,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해 주셨던 선배님들 덕분에, 큰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허나, 마지막 순간에 비상대책위원회의 이름으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 큰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고, 송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의 침묵이 이해받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논란과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또한, 너무나도 아프지만 감내하고 극복하려 애썼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일부 미숙하고 감정적인 대처들로 실망을 야기했던 점 또한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저희가,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제서야 감히 꺼내 보려 합니다.

 

이번 파업과 협상 과정의 최전선에 섰던 저희는, 오롯이 대한민국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 잡고, 젊은 의사들의 순수한 가치와 올바른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책임감 하나로 중압감을 버텨왔습니다. "바이탈과가 살아남는 의료환경" "교과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 "의사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는 의료환경", "의사가 존중받고 환자가 안전할 수 있는 의료환경", 그게 저희 젊은 의사들이 꿈꾼 대한민국 의료의 올바른 미래였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던 609명의 동료와 형사고발 당한 10명의 동료를 지켜보아야만 할 때, 차라리 집행부를 구속했더라면 마음이 그리도 아프고 죄책감에 힘들지않았을 겁니다. 최대집 회장의 졸속 합의 이후, 저희가 '총사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힘들게 버텨온 시간을 불명예스럽게 끝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 있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라는 큰 울타리가 사라졌을 때, 저희에겐 소중하고 아끼는 동료들을 지킬 힘과 명분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향할 곳을 잃어버린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명분 잃은 투쟁을 끌고 나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최대집 회장의 졸속 합의 이후, 며칠간을 울분과 분노로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다짐했습니다. 비록 반쪽짜리 합의문이지만, 반드시 제대로 된 의정협의체를 꾸리고 젊은 의사들이 꿈꿨던 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물러났지만 전공의협의회를 가다듬고, 그다음을 준비하겠다고 계획하였습니다. 냉정한 가슴으로이 사태를 만든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의사협회를 보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있는 구조로 개혁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전공의들에게 단 한 번의 사과도 하지 않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투쟁 중단 이후에 의료계 모든 회의를 꿋꿋하게 다 참석하였고 의무를 다했습니다. 2014년 파업에 따른 의협회장 탄핵이 후, 휴짓조각이 되어 버렸던 의정협의문을 되새기며, 마주한 당사자들을 볼 때마다 애써 울분을 삭였습니다.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전공의와 의대생뿐 아니라 대한민국 의사 모두가 마음모아 이뤄낸 그 반쪽짜리 합의문마저 휴짓조각이 될까 두려웠던 것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은 침묵이 의료계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이 시국에도 탄핵을 피하고 싶어서 대전협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 채, 책임감 없이 사태를 모면하려는 일부 의협 집행부의 행태에 너무나도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범투위를 해산하자 하고, 지난 파업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필요하다는 제언에도 추후 백서를 만들어서 배포하면 될 것이라는 한마디로 일관하던 의협 회장이었습니다.

 

찌라시처럼 퍼지고 있는 글과 어제 대한의사협회 이사진의 발표를 보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대표단체를 존중하고 또 힘을 모으려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전공의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불신임 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확고하게 생각을 굳혔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무책임한 태도, 마지막까지 일삼는 정치적 공작, 이 모든 잘못을 후배 의사들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역겨운 행태에 의정협의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란 희망과 존엄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표단체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 옳은 일이라 위안하며, 그동안 애써 참고 침묵하던 시간이 그로 인해 깊이 생채기 난 동료들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것이 처절한 후회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냅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을 중단하고, 의료계의 자정을 위해 힘쓰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단체행동과 파업 동안 일관되었던 의협 집행부의 무계획과 무능함 그리고 정치적 공작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젊은 의사들의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님들께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선배님, 바로 잡아 주십시오. 대한민국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 젊은 의사들이 꿈꿔온 올바른 가치와 정의를 위해, 선배님들께서 나서 주십시오. 떳떳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법정 단체를 세워 주십시오. 그로써 저희 후배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선배님, 함께 해주십시오. 8월 7일 이후, 젊은 의사들을 끌어안아 주셨던 것처럼, 울분과 좌절감의 구렁텅이에 갇힌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의료계의 빛과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저희 후배들의 손을 잡고 인도해 주십시오.

저희 또한 대전협 내부의 자정과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애써 침묵하느라 다루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떳떳이 밝히고 결백을 증명하겠습니다. 젊은 의사의 분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대응하지 못했던 허위사실과 더러운 손길들을 처단하겠습니다. 전공의 대표단체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여 대전협의 자존심을 회복하겠습니다. 실망스런 부분을 성찰하고 개선하여,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의료계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합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그 길에 선배님들께서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25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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