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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수도권-비수도권 5:5 전공의 정원 배정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반대

3,396 2023.10.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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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수도권-비수도권 5:5 전공의 정원 배정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반대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 의료 지원 대책’과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지역·과목 간 인력 격차 최소화를 위한 대책으로 올해부터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배치 비율을 기존 6:4에서 5:5로 조정하겠다고 한다. 수도권 전공의 정원 일부를 비수도권으로 옮김으로써 지역 간 인력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9일에 발표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 의료 혁신 전략’에서도 이를 재차 명시했다. 

 

이러한 방침에 본 회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한 인력 배치 조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는 전공의 정원 배치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현재 입장을 강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먼저 수도권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공의들은 이미 주 평균 80시간이라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년 안에 수도권 전체 전공의 수가 16% 감소할 텐데 전공의의 업무를 분담할 전문의 등의 대체 인력 확보와 이에 필요한 재정 지원은 불투명하다. 

 

더불어 전공의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도 전공의 교육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며 정부와 병원이 전공의를 단순히 값싼 인력으로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수도권 전공의들은 늘어난 업무로 인해 교육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며 각 수련 병원 역시 교육보다는 업무 공백을 줄이는 방향을 택할 것이다. 결국 전공의 교육 환경은 퇴보할 것이 자명하며 업무 증가와 수련의 질 저하가 수련 중도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비수도권 전공의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비수도권에서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주요 필수 의료 과목의 전공의는 현재도 상당수 미달이다. 있는 자리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집 인원만 더 늘린다고 필수 의료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 

 

2024년 전공의 정원 확정을 앞두고 진료과목별 전문 학회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청년의사’ 등의 보도에 따르면(“政,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대 5’ 강행… “수정 계획 없어””) 각 학회와의 2024년도 전공의 1년 차 정원 조정 과정에서 26개 전문과목 중 절반 이상이 5:5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5대 5 원칙을 수정할 계획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도 없다.”, "개별 학회 내에서 조정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정부가 일정 기준에 맞춰 정원 배분을 할 수밖에 없을 것"과 같은 강경 일변도의 주장만 내놓았다고 한다. 지난 10월 16일 열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문 과목 합동 회의에서도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 학회의 의견 수용 없이 복지부의 일방적인 배정안만 고수하여 대부분의 전문 학회 수련 이사의 반발을 샀다.  

 

전공의 5:5 배치의 본 목적은 비수도권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이다. 비수도권 전공의 지원을 높이려면 전공의와 의견을 조율하고 지방 병원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배치 조정에 앞서 의료 전달 체계 개편,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계 구축, 전공의 교육 강화 등 수도권 전공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수련의 질을 보장하는 정책이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 학회는 전공의 5:5 정원 배치안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주요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급하게 밀어붙일 이유는 무엇인가. 2024년도 신규 레지던트 원서 접수 기간까지 대략 한 달 반 정도 남았다. 정부의 현재 방침은 당장 수련 병원과 전공을 결정해야 하는 인턴 의사들에게 너무나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의 강경 입장을 철회하고, 전문 학회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며,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과 함께 합의점을 모색해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2023년 10월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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