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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기계적 결함입증, 급발진 규명만큼 힘들 것

8,192 2016.10.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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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기계적 결함입증, 급발진 규명만큼 힘들 것"
김주경 입법조사관 "일차의료 가치회복 전략으로 활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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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국민건강권을 높이는 보조적 수단과 일차의료의 가치와 기능을 회복하는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김주경 입법조사관(보건학박사)은 28일 배포된 이슈와 논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의 쟁점과 향후 과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입법조사관이 정리한 원격의료의 쟁점은 오진 가능성과 분쟁 발생증가, 개인정보 보안, 단말기 등 장비 사용의 용이성,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역기능 등 4가지로 압축된다.

◆오진 가능성과 분쟁 발생 증가=김 입법조사관은 불안정한 화질, 낮은 해상도, 통신장비의 오류나 접속 불안정, 느린 전송속도 등은 의료 정보의 질을 떨어뜨려 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은 환자의 장비 결함으로 인한 문제인 경우 원격지 의사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환자나 의료인이 통신장비의 기계적 결함이나 오작동 등을 입증하는 건 자동차 급발진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개인정보 보안=김 입법조사관은 원격의료 과정에서 음성·화상·동영상·문자데이터 등의 형태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전송된다면서 정보유출 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질병 등 개인 의료정보는 보
 안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백신과 방화벽 등 보안프로그램을 운영할지라도 악성코드에 감염될 위험은 항상 있으며, 해킹과 정보매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격의료 논의에는 정보 보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따라 다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군·교도소 내소자 등을 원격의료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관련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누구보다도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도 덧붙였다.

또 철저한 정보보안이 요구되는 사람들을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통신체계에 노출되도록 한 점으로 미뤄보아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에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단말기 등 장비 사용의 용이성=김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개정안에서 의사-환자 원격의료를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고혈압, 당뇨 등)를 대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했는데, 노인이나 장애인 등은 보조 인력의 도움없이 스마트폰 앱·개인용 컴퓨터·디지털 생체측정 기기 등을 쉽게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설 내 상주하는 간호인력의 도움을 받아 정보통신 인터페이스에 접속·생체정보를 입력해야 원격의료가 실현 가능하므로, 현재 허용되고 있는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방식으로도 진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금은 노인·장애인·만성질환자 일부로 대상자를 제한해 도입하지만 결국은 스마트폰 앱 등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들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산업계의 기대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도 했다.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역기능=김 입법조사관은 원격의료를 시행하려면 화상진료 장비 등 서비스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를 갖춰야 하므로 자본투자여력이 있는 주요 대형병원이 이 사업의 주요주체가 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 원격의료는 지리적 제한을 뛰어 넘어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유수한 병원에 고객으로 등록되길 희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했다.

당장은 동네의원 중심으로 의사-환자 원격의료를 도입한다고 할지라도 장래에 대형병원까지 이 사업에 참여하면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건 자명하다는 것.

그는 또 현재는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거주 근린지역 내 의원급 의료기관부터 방문하고 질병 중중도와 응급성·치료난이도 등에 적합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원격의료 도입은 환자와 대형병원을 바로 연결시킬 수 있으므로 기존 의료자원 배분 원칙과 충돌되는 측면이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환자 원격의료가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보장 정책 기조를 거스르므로 도입을 반대한다는 논리도 있다고 했다. 일례로 지리적 접근성에 기초한 1차 의료기능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1차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했다. 원격의료 시설 투자여력이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원격의료사업을 선점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환자들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도 설명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대안도 내놨다.

그는 오랜 논쟁을 종식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정부는 몇가지 정책 방향을 견지하면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선 지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원격의료의 장점을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을 높이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제자리걸음 상태에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도 병행해야 경제 논리로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차의료의 가치와 기능을 회복하는 전략으로 원격의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감기 등 흔한 경증 질환의 관리, 건강지표 체크, 만성질환의 증상 조절과 악화예방 등이 일차의료를 통해 달성돼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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