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성 국군의무사령관(피부과 전문의) 외상·감염분야 선택 집중
짧은주소
본문
안종성 국군의무사령관(피부과 전문의) 외상·감염분야 선택 집중
“민간과 경쟁 아닌 군장병 외상·감염분야 선택 집중”
"하드웨어 개선보다 환자 중심 문화 조성 최선"
군의료체계라고 하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문제들이 있다. 의료장비 및 시설의 노후 문제와 전문인력 부족이다. 2017년 정유년은(丁酉年) 이런 군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바꿔나가는 원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제42대 국군의무사령관에 취임한 안종성 사령관이 2017년을 의료혁신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안 사령관은 현재 상황을 군의료의 위기로 진단하고,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하기 보다는 의무사령부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사를 앞두고 있는 국군외상센터야말로 군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특화된 의료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제42대 국군의무사령관에 취임했다. 소회는
국군의무사령부의 역사가 62년이 됐다. 42대 사령관이 됐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반면 임무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군의료에 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령관 자리를 맡게 됐다. 책임의 막중함을 갖고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겠다는 각오다.
▶국군의무사령부 보건운영처장, 육군본부 의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직접 겪은 군의료 장단점을 꼽으면
모든 것에 음과 양이 존재하듯 군의료도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공존한다. 우선 군의료의 가장 큰 특징은 진료집단이 20대 청장년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집단 케이스가 많다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질환을 진료하지 못한다는 단점이기도 하다. 수익을 생각할 필요 없이 공공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반대로 그러한 점이 구성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구성원이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순환이 빠르다는 이점이 있지만, 의무복무라는 측면에서 책임감이 덜할 수도 있다. 양면성이 있는 부분이다.
▶취임하면서 2017년을 군의료혁신 추진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 소개해달라
군의료는 현재 상당한 위기상태다. 장병들이나 보호자 모두 군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변화나 혁신이 없으면 낙오할 수 있고 생존까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1월2일 군의료혁신 추진 선포를 했다. 취임 전부터 준비한 것이지만 취임 후 TFT를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우선, 혁신의 첫 번째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인드를 바꾸자는 것이다. 좋은 장비나 투자도 중요하지만 환자중심의 진료문화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것이 환자경험의 혁신이다.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부터 퇴원한 뒤까지 겪는 것들이 환자경험이다. 환자경험을 통해 환자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을 주자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군의료 담당자들의 근무기강 혁신이다. 장병들이 진료를 받는데 군의관이 믿음직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군의료 제공자는 청결해야 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기강과도 관련된다. 기강이 바로 서지 않으면 신뢰도 얻지 못 한다.
그리고 직무만족 혁신도 중요하다. 환자 만족도가 중요하지만 직원 만족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직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여러 가지 혁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직원이 직무에 만족할 수 있어야 환자중심 의료도 가능하다. ‘환자는 두 번째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오늘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재임 중에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다. 군장병이 군병원에서 하루에 진료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병이 병원에 진료를 위해 왔을 때 진료를 그날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여기서 진료는 단순 치료만이 아니라 검사까지 포함하는 의미다. 장병이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하루에 진료를 마칠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군의료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민간병원의 경우는 환자를 하루에 진료하면 손해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할수록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의료인 군의료는 상관없다. 다만, 오늘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영상의학 검사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영상장비 교체와도 관련이 있는 셈이다. 당장 올해에는 시행이 어려울 수 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 계획을 잡아 추진해 나갈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지적되는 문제지만 장비 노후가 심각하다.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나
모든 공공의료기관은 사립병원보다 예산활용에 융통성이나 신속성 및 탄력성이 떨어진다. 의무사령부에서 수명연한이 지난 장비들을 조사해봤는데 전체 장비들의 10% 정도 된다. 이는 다른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적인 수치라고 본다. 수명연한이 지난 장비에 대해서는 기능검사와 상태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해당 장비를 계속 써도 될지 평가했다. 그래서 폐기처분해야 할 장비는 교체를 지시했고, 새로 장비를 구입하는 예산으로 94억원을 투입한다. 기능검사를 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시설 역시 바로바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의무사령부에서도 국가예산의 틀에 맞춰 환자중심의 시설을 갖춰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군장병들이 군병원보다 민간병원에서 많은 치료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간의료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군의료와 민간의료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군의료가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군의료가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군 의료가 갖고 있는 장점을 특화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그 분야가 바로 외상이다. 외상은 군의료에서 잘 해야 하고 환자 케이스가 많아 잘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군외상센터를 만들고 선택과 집중을 해 어느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화생방이나 감염분야에도 군의료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이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이런 분야만큼은 민간의료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군에서 국군외상센터를 설립 준비 중이다.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
올해 설계를 하고 내년에 착공에 들어간다. 공사를 시작하면 2019년이나 2020년 초에 오픈할 수 있을 것이다. 외상센터는 60병상으로 전 군에 있는 중증 외상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침 그 때가 되면 의무후송 헬기도 전역에 도입된다. 그렇게 된다면 전국에 있는 외상환자를 한 시간 이내에 국군외상센터로 이송해 최상의 외상처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군장병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500억원 규모의 외상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타당할지
: 군장병 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상센터는 장병 숫자만 보고 만든 게 아니다. 외상센터는 분명한 설립 목적과 정체성을 갖고 있다. 우선은 전시 대비다. 전쟁이 발생하면 전상자에 대한 외상처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민간에서 했다. 군에서는 외상처치 능력을 경험할 수도 없었고 실력을 기를 기회도 없었다. 500억원이 큰 돈이기는 하지만 국군외상센터를 세워 환자를 치료한다면, 전시에 대비한 군의료의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여기에 국군외상센터는 민간에도 처치를 한다. 단지 군에만 외상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심이 되는 외상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국가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그런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
▶전국 외상환자의 후송 문제와 외상인력 충원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응급후송 헬기가 2015년부터 6대 운영되고 있는데 의무후송 전용 헬기는 아니다. 2019년에서 2020년에는 의무후송을 위한 전용헬기 8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국 외상환자를 한 시간 내에 국군외상센터로 후송할 수 있다.
외상인력은 초기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인력을 활용할 예정이다. 국군외상센터가 초기 단계에는 자체 인력이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상 전문의도 영입해 세팅할 예정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운영을 하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격진료소를 올해 70여 개소로 확대 시행한다. 실제 현장에서 효과는
GP까지 73개소로 확대 예정이다. 직접 현장에서 보면 원격진료가 왜 필요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어떠한 의료조치도 받을 수 없는 환자 40~50명이 있는데, 원격진료 도입 후 달라졌다. 24시간 365일 원격진료는 언제든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아프면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의료단체에서도 군, 격오지, 원양어선이나 해외파병지에 대해서는 원격진료를 찬성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특히 군에서 원격진료는 효과도 좋고 반드시 필요하다. 군 자체 조사에서도 원격진료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오진도 적다. 이전에는 의무병이 해열제만 줬는데 원격진료 도입 후에는 화상이지만 의사가 환자를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적절하고 정확한 진료가 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다.
▶현재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본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보는지
의료계는 반대하고 있지만 군처럼 특정한 분야는 시범사업을 넘어 본사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군이나 교정시설 등에서의 원격진료는 찬성한다고 한다. 특정 분야만이라도 원격진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군진의학회 학술대회에서 해외 파병 장병에 대한 원격진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해외 파병 장병에 대한 원격진료도 GP나 격오지 원격진료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해외파병지에는 군의료진이 많이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의료진도 자신의 전문과목이 아니면 환자의 질환에 대해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원격진료를 통해서는 해당 전문과 전문의를 바로 만날 수 있다. 모든 전문의를 해외파병에 데려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파병지와 전문의 군의관이 연결돼 처방을 하고 치료를 하니 얼마나 효과적인가.
▶올해 전문의무병제가 실시된다. 불법 진료보조인력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지.
전문의무병제는 좋은 제도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의무병 중에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들은 9% 밖에 안 됐다. 나머지 91%는 학생이거나 자격증이 없던 이들로 법적으로는 무자격자다. 전문의무병제는 이를 바꾸려는 시도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군에 입대할 수 있도록 장려를 하는 것이다. 의료관련 학과의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군에 오면, 군병원 사단 의무대에서 기회를 주고 경력도 환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무자격 의무병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군의료만의 문제가 아닌데 환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케이스로만 보는 것은 잘못됐다. 인본주의에 입각한 환자중심의 진료로 바뀌어야 한다. 알파고나 왓슨 등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는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담지 않은 진료는 도태될 것이다.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One Team, One Mind, One Voice'다. 한 마음으로 뭉쳐,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하나의 마음‘은 환자중심이다. 환자가 최우선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