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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첫걸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시작

7,845 2016.1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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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첫걸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시작
- 21일부터 내년 4월까지 경기·광주·울산 3개 지역에서 시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 → 윤리위 거쳐 '자율'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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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 체계

의료계 오랜 숙원인 자율정화·자율규제가 '전문가평가제'라는 이름으로 21일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대한의사협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위원장 홍경표)은 이날부터 경기도·울산광역시·광주광역시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전문가평가제 추진 체계는 우선 면허신고 또는 시도의사회·보건소 등 민원을 통해 의사의 품위손상 행위 의심사례가 발견되면 의협 산하 시도의사회에 구성된 전문가평가단이 조사에 나선다. 전문가평가단은 광역평가위원 5~7명, 지역평가위원 각 분회별 2명씩 위촉·구성한다.

평가대상은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의료법 제8조)와 품위손상행위(의료법 시행령 제32조), 무면허의료행위(의료법 제27조제3항) 등이다. 불법 행위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사무장병원, 불법 의료생협도 전문가평가단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최근 입법 예고기간이 끝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이 내년 초 공포되면 비도덕적 진료 6개항도 평가대상이 된다. 개정안은 △진료행위 중 성범죄 △대리수술 △진료외 목적으로 마약 처방·투약해 마약류관리법상 벌금 이하의 형을 받은 경우 △허가받지 않거나 오염·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고의·과실로 사용·투약해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준 경우 △불법임신중절수술(형법 제269조, 제270조 위반) △그 밖의 의료인 직업윤리 위반으로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준 경우 등으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세분화하고 각각 1~1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시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필요시 보건복지부와 보건소와 공동조사를 실시하며, 조사 결과를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에 보고한다. 시도 윤리위는 피심의인 청문 등 절차를 거쳐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의뢰하고, 중앙윤리위는 행정처분 필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행정처분 수위는 자격정지 7일부터 1개월까지 사안별로 차등화한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중앙윤리위 결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한다.

피심의인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할 경우 보건복지부나 보건소와 공동조사할 수 있다. 또 피심의인은 지역과 중앙 윤리위 심의 단계에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무분별한 신고시 무고죄로 고발하는 등 강력히 조치하고, 비밀 준수 서약 등 개인정보 보호 대책도 마련했다. 시범사업 기간은 11월 21일부터 2017년 4월까지며 추진 경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홍경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

정부 일률적 징계 → 전문가적 판단

전문가평가제의 핵심은 정부에 의한 일방적·일률적 규제가 아닌 전문가 스스로 판단에 따른 '자율규제'다. 현재 의사의 위법 행위가 보건소나 사법기관에 적발돼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 의뢰가 들어오면 복지부 내 행정처분심의위원회(행심위) 결정을 통해 처분이 진행된다.

행심위에는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법조계 2인, 보건의료전문가 4인, 의료인 2인, 의료자원정책과장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행심위에는 비의료인 수가 많아 전문적 의료행위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고, 의료현장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지적돼 오고 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에 따르면 전문가평가제는 행심위 절차와 달리 의료행위의 현실적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의사 동료로 구성된 '자율평가단'의 조사를 받게 되는데, 자율평가단은 변호사의 변론 역할도 할 수 있어 정상 참작의 기회가 많아지고, 윤리위원회에서 법에 명시된 감경기준보다 더 융통성 있는 판정을 받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의료인 자율규제 위한 첫 걸음"

홍 단장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의료계가 오랫동안 바라던 자율규제권의 작은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전문직업인으로서 의사는 정부에 의한 타율이 아닌 스스로 통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어야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전문가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평가제는 의사회원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가 아니라, 일부 의사 직업윤리에 반하는 회원을 계도하고, 이를 통해 대다수 선량한 의사회원을 보호하면서 진정한 자율권 확보, 국민 신뢰 획득, 의사 권위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정부에 의한 '타율'이 아닌 '자율'에 의해 회원을 규제하는 것이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전문가로서 위상을 회복하고 대다수 선량한 회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평가제에 대한 회원 일각의 염려를 이해한다. 시범사업 참여를 통해서만이 의료계가 자율규제권을 가져올 수 있고, 전문가로서의 위상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처분을 겪으면 모두들 억울해 한다. 의사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 전문가적 판단으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며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면 의사들을 위해 도움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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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 및 자격정지 처분

회원들 일부 우려 속 '기대' 분위기

일선 회원들은 전문가평가제에 대해 일부 우려하면서도 자율규제라는 대의에 기대를 표하는 분위기다. 16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설명회에는 회원 80여명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한 회원은 "의사 중에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다나의원 같은 의료기관과 사무장병원을 확실히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책임과 권한, 권익과 자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금까지 의사 사회 내부에 자율적인 정화 시스템이 없어 타율에 의해 규제돼 왔다"면서 "의사의 한 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자율규제권 확보를 위해 시범사업이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무장병원 단속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관할 보건소와 긴밀한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전문가평가제 사업 취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회원은 "시범사업이 소기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사무장병원 단속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 왜 우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나?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사무장병원의 실질적인 조사가 과연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11월 16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설명회에는 회원 80여명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5호담당제?' 시범사업까지 험난한 여정

자율규제·자율정화에 대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방안 중 하나로 '동료평가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후 의협이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송병두/대전광역시의사회장)를 구성, 4차례의 공청회를 열며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일부 회원들은 북한의 '5호 담당제'와 비교하며 의사를 서로 감시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 같은 오해를 덜기 위해 명칭을'동료평가제'에서 '전문가평가제'로 변경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9월 23일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개 유형과 12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명시한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논란에 불을 부었다. 임신중절수술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된데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의협은 의료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으며, 복지부는 결국 8개 유형을 6개로 축소하고 자격정지 기간도 사안에 따라 1~12개월로 차등화하는 상당 부분 완화된 내용으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불법 임신중절수술은 모자보건법이 아닌 형법 위반행위로 변경하고, 자격정지 기간은 현행과 같이 1개월로 유지하되, 사법처리 결과가 있는 경우에만 처분키로 했다. 자격정지 기간은 의협 윤리위원회가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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