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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환자 그냥 돌려 보냈다가 사망, 의사 유죄

5,831 2019.10.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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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환자 그냥 돌려 보냈다가 사망, 의사 유죄

- 법원 "치료 안하고, 뇌출혈 가능성 설명없이 보낸 건 주의의무 위반"

- "뇌출혈 예견 어려웠고, 검사 불가능" 주장했지만...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

 

대법원이 별다른 외상이 없다며 술에 취한 환자를 귀가 조치, 사망한 사건에서 응급실 당직의사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했다.

법원은 두개골 골절에 의한 뇌출혈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데 대해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2014년 5월 6일 새벽 A씨가 119구급차를 타고 B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코피를 흘렸고, 응급실에 있는 동안 구토하고, 소변기에 대변을 보는가 하면 화장실 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보였다. 오른쪽 눈 주위에 멍이 들어 부풀어 올랐고, 휠체어에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오른쪽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했다.

당직 의사는 특별한 외상을 발견하지 못하자 A씨의 이런 행동을 주취 문제로 판단했다.  2시간 30분 동안 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자 "남편이 술이 많이 취해서 치료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집에 데리고 가서 술이 깨면 병원으로 데리고 오세요"라며 귀가 조치했다.

하지만 보호자가 오후 5시경 퇴근해 보니 A씨는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고, 119구급차를 불러 B병원으로 후송했다. A씨는 오후 5시 51분경 두개골 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검찰은 당직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당직 의사는 "당시 환자의 상태를 봤을 때 뇌출혈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CT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는 술이 취했을 때 보이는 행동을 했고, 뇌출혈을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CT 촬영을 하자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1심 재판부는 당직 의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직 의사와 검찰 모두 창원지방법원(2심)에 항소했다.

항소심(2심)에서 당직의사는 "피해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일반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뇌출혈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CT 촬영 등의 조치가 불가능했다"면서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2심 재판부는 

▲환자가 휠체어에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오른쪽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점 

▲환자가 내원한 경위, 당시의 증상, 응급실 내에서 보인 증세와 상태를 제대로 진찰했다면 환자의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라거나 위 진료가 응급실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는 점 

▲환자와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일반적인 주취자의 행동을 보이지 않아 적어도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CT 촬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도록 노력했어야 하는 점 

▲부득이 퇴원 조치를 하는 경우 보호자가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환자가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 즉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이는 점 

▲환자가 응급실에 있던 약 2시간 30분 동안 아무런 치료행위나 처치를 취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술에 취해 치료할 수 없으니 술이 깨면 오라'고만 해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없이 퇴원토록 조치한 점 

▲뇌출혈 증세를 보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3시간 후에 사망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에서도 '최초 병원 내원 시 적절한 조처를 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재된 점 등을 짚었다.

2심 재판부는 "당직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 증상, 상황에 대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CT 촬영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보호자에 대해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퇴원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1심 판결에 무게를 실었다.

 

당직 의사는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 기각을 결정,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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