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비대위]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96
2024.11.18 11:02
첨부파일
-
1
짧은주소
본문
[의협.비대위]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2014. 11. 17.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형욱
1.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2024년 11월 16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이하 ‘운영 위원회’라 함)는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한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라 함)” 구성 및 관련 사항 에 대하여 논의하였습니다. 운영위원회는 15명 이내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의결하였습니다. 위원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추천 2명,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추천 2명,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추천 3명,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추천 3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추천 3명, 위원장 추천 1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사직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위 구성안을 제안하였고 운영위원회는 재석 19명 찬성 18, 반대 1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의결하였습니다. 굳은 신뢰를 보여 주신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님을 비롯한 여러 운영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천받은 명단은 별도의 표와 같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은 비대위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동시에 6명의 자문위원이 위촉되었습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전국적인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위기적 시기에 대비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는 앞으로 신속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2. 정부의 신뢰 회복 조치의 필요성
대다수 국민 여러분은 파행적 의료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저희 의사들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선배 의사들이 투쟁을 위하여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돌아가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대위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입니다. 물론 선배 의사들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가 악화된 과정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 주실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고 대한의사협회 와 19차례나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저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 에 참여하였습니다. 여기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소송의 결정문에서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2024년 2월 6일 조규홍 장관이 증원 발표하기 직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누군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의협과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하였고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그들에게 속아 2024년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협의의 외피를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피를 이용해 국민에게 의협을 불통 집단으로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협의라는 것을 이렇게 악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께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2024년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통계와 연구를 “모두” 검토하였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사인력 추계는 어떤 가정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릅니다. 2020년 오영인 등은 2035년 781명에서 15,866명의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발생한다고 추정하였습니다. 2018년 버클리대학의 쉐플러 교수는 OECD 자료를 이용하여 2030년 대한민국에서 3,821명의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발생한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사태 이후인 2024년 11월 4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김세직 교수는 향후 10년간 의료 공급 증가율은 연 3.2%로, 의료수요 증가율 1.3-1.9% 범위를 1.3% 이상 앞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정부의 누군가가 의사 공급과잉이 초래될 것이라는 연구들은 쏙 빼버리고 윤석열 대통령께 보고한 것입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아닙니다. 의사들을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는 불통집단으로 전달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셋째,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지난 추석 전 보건복지부는 추석에 문 여는 동네의원을 강제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한 개원의가 직원이 추석 근무를 거부할 경우 강제근로가 가능한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묵묵부답이라고 합니다. 추석 때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근로를 시키는 것은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직서수리금지명령으로 이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훨씬 크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으로 거의 3개월 동안 전공의들이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수련기관이 월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능력 부족으로 직위해제 처분이 되어도 봉급의 80%를 지급합니다. 심지어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직위 해제된 경우에도 봉급의 50%를 지급합니다. 당연히 일상적 상황에서 근로를 하지 않는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급여를 제공할 의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이라는 공적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이직을 막았다면 먹고 살게는 해주었어야 합니다. 어떤 분은 무조건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입니다. 앞서 언급한 의료현안협의체가 실제 사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진정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3.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전공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정부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련 과정에서 합당한 보호가 있어야 하고 수련 후 미래가 보여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최대 40시간, 노사 합의 하에 주당 52시간 근로가 가능합니다. 법은 그 이상의 근로를 금지하며 국민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은 법의 이름으로 주당 최대 88시간 일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공의들은 국민인가요?
또한 전공의들은 의료소송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응급실과 병동에서 밤을 새워 환자를 진료합니다. 아차하는 순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수억-수십 억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니고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내 버려 두고 수련을 받으라고 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정부는 개선한다고 하지만 흉내만 낼 뿐입니다. 2024년 11월 14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가칭) 의료사고심의의원회를 구성해 중과실 위주 기소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중과실인지 여부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주로 비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나라가 있는지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라는 “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또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만일 의료사고심의의원회에서 중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검사
가 기소하면 막을 방법이 있는지요? 지난 9월 24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기소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그것을 교정할 방법도 없습니다. 앞으로 전공의들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불려 다닌 후 다시 검사에게 불려 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3-4년간 가혹한 수련 환경을 견디고 전문의가 된 후 받는 건강보험 수가가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전공의 수련을 받든 받지 않든 건강보험 수가는 동일합니다. 마치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과장 국실장으로 승진해도 똑같은 월급을 받게 만들어 놓은 거 비슷합니다. 만일 공무원들에게 이런 불공정한 제도를 강요한다면 아마도 모두 그만 둘 것입니다. 그런데 2024년 9월 3일 한덕수 국무총리께서는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하여 환자 떠난 전공의들이 제일 먼저 잘못했다고 비난하였습니다. 전공의들이 사직한 것은 벌써 6개월 전입니다. 만일 어떤 대기업에 경영 위기가 왔는데 경영진이 그 책임을 6개월 전 사직한 인턴사원들에게 돌린다면 그것은 매우 이상한 것입니다. 현 의료위기의 근원은 의료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전공의들에게 주당 최대 88시간을 일하게 만들어 대학병원을 운영케 한 의료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한덕수 총리께서 이런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외면하고 가혹하게 일해 온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비난한 것입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총리께서 저렇게 전공의들을 비난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입니다.
4. 정부 실패를 시장 실패라며 의사의 이기심에 책임을 돌리는 보건복지부
2024년 2월 보건복지부는 소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은 설익은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서 중증·응급 등 공급부족이 “시장실패”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도 동일한 표현이 나옵니다. 시장실패는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건보수가는 정부가 결정하는데 필수의료 파탄이 왜 시장실패인가요?
권준혁 미국 클리블랜드 병원 교수는 한국의 간 이식 비용은 미국이 16분의 1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1년 후 생존율은 한국이 95%로 미국의 90%보다 높다고 합니다. 미국의 16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 간이식 비용은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필수의료 파탄은 명백히 정부실패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실패라고 진단합니다. 이는 다시 의사의 이기심 탓으로 이어집니다. 보건복지부는 불공정 의료생태계의 원흉으로 실손보험과 비급여, 미용의료를 거론합니다. 이 분야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16분의 1수준인 우리나라 간이식 비용이 미용의료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가요?
지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저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실손보험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 초저수가 문제가 있지 않나? 다른 나라의 의료수가와 우리나라 건보수가를 비교해서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런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실패를 시장실패로 진단하고 의사들의 이기심 때문에 필수의료 위기가 왔다고 전달합니다. 그리고 온갖 규제를 예고합니다.
뉴스위크지는 해마다 전 세계 최고 병원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2024년 올해는 250개의 세계 최고 병원을 선정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17개가 선정되었는데 대부분 수도권 민간 사립대학병원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66년 전인 1958년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이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스칸디아비아 3국의 지원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극동아시아 최고 시설의 병원이었습니다. 지난 66년 동안 이름도 없던 우리나라의 민간 사립대학병원들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66년 동안 상대적으로 이렇게 뒤떨어지게 된 것일까요? 과연 누가 개혁의 대상인가요? 66년 전 아시아 최고 시설의 병원을 이렇게 만든 보건복지부인가요? 아니면 이름도 없던 병원들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을 발전시킨 의사들인가요?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외면하고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자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은 것입니다. 묵묵히 가혹한 수련 환경을 견디던 전공의들이 정신이 버쩍 든 것입니다.
5. 윤석역 대통령께 드리는 요청과 비대위의 방향
돌이켜 보면 이런 상식이 무시되었습니다. 정부는 의료계에 “의대 정원을 몇 명 증원해야 돼. 근거는 이런 것들이야”라고 정직하게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아도 돼. 근거는 이런 것들이야”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양자 사이에 합의하지 못하면 “제3의 전문가들의 객관적 판단을 구해보자” 이렇게 해결책을 모색해 가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정부는 이런 상식적인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결자해지입니다. 정부는 의료부문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습니다.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추기 바랍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시기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의대 증원은 10년 후유증을 낳을 것입니다. 앞으로 그 책임을 누가 지는지요? 대통령, 장차관, 비서관들이 모두 퇴진한 후 책임을 질까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를 출범하면서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께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해 주시고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 주신다면 현 사태가 풀리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의료농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는 길로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