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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아주대학교 병원 의사노조 출범, 전국 의사 노조의 시작을 알리다

7,104 2018.12.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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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아주대학교 병원 의사노조 출범, 전국 의사 노조의 시작을 알리다

 

지난 12월 21일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의사노조 출범식이 열렸다.

2017년 9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전국 최초의 의사 노조가 시작된 이 후, 2018년 8월 중앙 보훈병원, 이번 아주대 병원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사이에 벌써 세 번째 의사 노조가 아주대병원에서 출범한 것이다.

그간 대한민국 의사 노조 설립의 당위성은 널리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의사들도 노동자라는 자각 자체가 희미해서 첫 발자욱을 떼기 어려웠었다. 하지만, 최근 의사 노조 설립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그 요구가 세 번째 의사노조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의사들 스스로 노동성에 대한 자각과 함께 잘못된 의료 제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의사들이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일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근본적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그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의료 정책은 의료 계약의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가 모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만들어 져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와 거대단일건강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간 건강보험 재정 절감만을 목표로, 의료 공급자인 의사들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할 뿐 아니라, 환자를 볼모로 의사들의 노동력만을 무한정 착취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전 세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자랑하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극단적 저수가 체계에서 생존을 위해 의사 면허가 없는 이들에게까지 의료 서비스 제공을 강요하는 병원 경영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고용 불안정과 진료권 침해에 고통 받는 의료진, 그리고 그 사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환자와 의사간의 불신의 골까지 깊어져 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의사 노조가 출범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 의료서비스 제공의 주체인 의사들, 특히 그 노동자성이 분명하고 이미 의사의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병원 의사들이 의사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개개인이 헌법과 근로기준법 상에 보장된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의료 공급자로서 의료 정책의 결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먼저 출범하여 교섭권을 획득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중앙보훈병원의 의사 노조, 그리고 이번에 출범한 아주대학교병원 의사노조는 각 병원마다의 현안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세 의사노조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

그것은 병원 의사들의 고용 안정과 독립된 진료권의 수호이다.

병원 경영진은 정책적, 환경적 요인으로 악화되는 수익성을 벌충하기 위해, 대다수 병원 의사들을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고강도 노동을 사실상 강제해 왔다. 의료계에서 유일하게 의사의 노동시간을 규정한 전공의 특별법에서조차 주 80시간 근무 시간 제한 규정을 둔 것이 전부이고, 경영진은 그 때문에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다며 각종 편법을 동원할 정도이다. 휴식을 쉬하지 못하고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의사는 내 앞의 환자에게 집중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이는 곧바로 환자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심각한 상황을 만들게 되지만,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대다수 의사들은 침묵하며 이를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최근 병원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로서의 양심까지 저버리길 강요받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진료 보조인력의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방조, 묵인 내지는 협조 강요가 바로 그것이다. 경영진이 경영 논리를 앞세워 면허를 가진 의사만 행해야 할 진단, 검사, 치료 및 수술 등 의료 행위 전반에 걸쳐 의사가 아닌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를 자행하며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환자들이 무면허 의료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힘없는 병원 의사 개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경영진 뿐 아니라 국민 건강을 정부에서조차 이들의 무면허불법의료행위를 합법화시키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의사들이 노조의 깃발 아래 모여 그간 억눌렸던 의사로서의 소신과 신념을 주장하고자 한다. 더 이상 참고 인내하다가 다른 병원으로 내몰려 나가는 것이 해결책이 아님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사의 권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형적으로 뒤틀려진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의사노조는 병원현장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와도 연대하여 지금까지 소수의 병원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만을 위한 병원내 부당한 탄압과 노동착취 및 정부의 독단적 의료정책에 맞서 실질적 환자의 안전과 의사의 진료권 수호와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세 번째 의사노조가 아주대학교병원에서 탄생한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하며 전국의사노조가 태동할 봄을 맞이할 준비 작업들이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의료연대 본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전국의 병원의사들에게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2018.12.27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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