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뉴스

약제급여목록 전면개편에 의료계 혼란

9,874 2016.06.20 14:29

짧은주소

본문

약제급여목록 전면개편에 의료계 혼란

한 약제에 처방 코드만 5개?…처방단위 변경에 약화사고 우려도

오는 7월 의료현장에 한차례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약제급여목록 개편으로 처방의약품 표기 방법과 처방코드가 대폭 바뀌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의료현장에서의 처방 및 조제의 불편함을 떠나 약화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목록의 정비와 저가의약품 관리를 위해 약제급여목록을 전면 개편하기로 하고,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시범운영하고 있다.

정비되는 사항은 ▲등재단위 표준화 ▲상한금액 표기 ▲주성분 표기방법 통일 ▲규격단위 표준화 등으로 단위부터 표기, 처방코드까지 전반적인 개편이 이뤄진다.
특히 의료계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약제의 규격단위를 통일화해 한 약제라도 규격마다 별도의 청구코드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23456ASY’라는 주성분코드의 ‘A시럽(세파클러수화물) 25mg’이 있다고 할 때  현재는 이 A시럽의 경우  ‘123456780’이라는 하나의 제품 코드로만 처방해 왔다.
하지만 7월부터는 주성분코드는 동일하나 제품코드가 규격마다 각각 부여된다. 기존의 제품코드(123456780) 대신 ‘A시럽 5ml’는 ‘123456781’로, ‘A시럽 30ml’는 ’123456782’로, ‘A시럽 50ml’는 ‘123456783’으로 처방 코드가 달라지는 것.
이에 약제의 포장단위에 따라 한 개의 약제에 많게는 5개까지 다른 청구코드가 부여, 용량에 따라 새코드로 각각 처방을 해야 한다.
더욱이 제품을 표기하는 방식도 현행 표준명칭과 성분명 표기와 달리 ‘주성분 총함량/규격’을 표기하고 규격단위를 통일하도록 함으로써 투약료 처방내역과 진료(조제)내역 표기방법이 바뀐다.
기존에 ‘도모호론크림 20g/개’를 처방하면, 총 투약량인 20g을 ‘1회 투약량’에 기재하고 ‘1일 투여 횟수’와 ‘총 투약일수’ 모두 ‘1’로 기재했지만, 앞으로는 처방 시 ‘총 투약량’을 ‘1’로 기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용량 포장에서 소분조제를 하는 경우 더 복잡해진다.
도모호론크림 500mg/병에서 20g을 처방했다고 치자. 그동안에는 ‘1회 투약량’에 실제 처방한 ‘20(g)’만 입력했지만 이제는 1회 투약량에 총 투약량 ‘0.04’를 입력해야 한다. 500g 중 20g만 처방하니 1/25로, 소수점 5째자리에서 4사5입을 해야 하는 것.

8512d269e3be5c2d638a59a55661ebba_1466400 

인슐린제제(주사제)를 분할 투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휴마로그주(1000U/10ml/병)를 1일 1회 4U를 처방했다면, 1회 투약량을 0.004/4/1000으로 전환해서 1회 투약량에 ‘0.004’를 기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의원 원장은 “지금은 4U을 투여하라고 처방을 하는데 이것을 병 단위로 바꾸게 되면 약화사고가 생길 수 있다”며 “간호사들이 즉시에 0.004병이 얼마인지를 파악할 수 있겠냐. 적절한 용량을 잘못 계산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미숙아나 당뇨 등 투약량의 미미한 차이가 환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새롭게 바뀐 처방코드로 변경하는 작업부터 이로 인한 처방 및 청구상의 오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
더욱이 당뇨나 소아암환자에게 투여하는 인슐린이나 항암제 등은 약 용량이 매우 중요한데도 새롭게 바뀐 처방방법으로는 부적절한 용량이 투여되거나 과량투여돼 치료실패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환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개선이나 홍보 등이 부족했던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는 구 코드와 신 코드를 병용 사용할 수 있는 시범 기간이었지만 대다수의 요양기관에서 시범 운영을 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약제급여목록이 대폭 바뀌는데 이에 대한 공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통상적으로는 관련 단체나 요양기관에 안내하고 설명회나 교육 등을 하지만 별도로 안내를 받은 적은 없다. 7월이 다가오면서 관련 사실을 인지해 회원들에게 안내하고 있는데 일대 난리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지속적으로 홍보를 해왔으나 요양기관이 이를 숙지하지 못한 것 같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약제관리부 관계자는 “목록정비를 하기 때문에 의협, 병협, 약사회, 병원약사회 등 각 단체에 안내를 했고 일부 교육도 했다”면서 “요양기관에게는 심사결정내역통보서에 목록 개정을 명시했다. 6월까지는 유예기간을 갖고 신-구 코드를 사용하지만 7월부터는 안되며, 이로 인한 심사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기관마다 배포되는 심평원 (월간잡지) 건강을 가꾸는 사람에도 변경내용을 두 차례 게재해 홍보를 했는데 아마 그런 부분을 요양기관이 숙지를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평원 집계상 5월을 기준으로 신 코드로 변경 청구한 요양기관의 비율은 20~30% 내외에 불과했다. 이에 심평원은 6월초 추가 안내 공문을 관련 단체에 보내 회원(요양기관)에게 홍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심평원은 연고제, 크림제, 시럽제 등을 주 대상으로 목록정비가 이뤄지면서 특히 연고제 등은 소수점 청구의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용량 분할처방 등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이 ‘주의’를 해 약화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외의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6개월을 주면서 심결통보자료에서 안내를 한 것은 홍보를 해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데 인지를 못한 기관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제도 시행 시기 유예를 건의하는 한편, 전산프로그램상으로 구 코드와 신 코드를 자동 매핑할 수 있도록 심평원에 프로그램 개선을 요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건의를 했지만 시행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술적으로 코드 입력에 편의를 제공해 일선 의료기관의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