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화처방과 법률 문언의 해석(김동희 대피연 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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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전화처방과 법률 문언의 해석
대피연 법제이사, 경기도의사회 법률대응팀 김동희 변호사
의사 A는 재진환자 B에게 전화로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A가 처방한 내역에는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A는 의료법 제17조제1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의료법 제17조제1항은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나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 교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 A의 전화 진료는 ‘직접 진찰’한 것에 해당하는가? 즉, ‘직접 진찰’에는 전화 진료도 포함되는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대법원보다 먼저 ‘직접 진찰’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인적, 물적 매개 없이 바로 연결돼 진찰한 즉, 대면해 진료한 행위’를 의미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르면 전화로 진료하는 것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위배된 행위이다(2010헌바83).
그런데 1년 뒤인 2013년, 대법원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의료법 제17조제1항 위반으로 원심에서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된 위 사례에서, 전화처방도 ‘직접 진찰’에 포함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직접 진찰’이란 당해 환자를 스스로 진찰한 바 없이 진료기록만 보거나 진찰내용을 전해 듣기만 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라 하더라도 그 환자에 대한 처방전을 발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 즉 진찰의 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는 원격의료의 도입 또한 대법원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2010도1388).
즉 ‘직접 진찰’이 규정하는 바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발급주체와 대면진료라는 진찰방식까지 규율하고 있다고 본 것이고, 대법원은 발급주체만을 규율하고 있다고 본 점에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석이 달라진 것은 법률용어의 모호함에 있어 법관이 법의 적용대상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용어의 의미가 언제나 명쾌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법관의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법률용어 해석 방법에는 문리적, 체계적, 논리적 해석방법 등이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이 세 가지 해석 방법을 똑같이 활용했음에도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즉 대법원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전화 진료’가 위법하다고 보는 사람 혹은 위법하지는 않더라도 부적절하다고 보는 사람 등 시각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필자는 헌법재판소와 같이 ‘직접 진찰’이란 대면진료의 방식을 규정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대법원이 ‘직접 진찰’의 방식을 넓게 해석, 즉 처벌 대상을 좁게 해석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전화처방은 전화라는 매개체를 사용하므로 직접 진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 건강의 보호와 증진이라는 의료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의료행위에 있어서 ‘직접 진찰’이라는 뜻은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대면해 문진, 촉진, 시진, 청진, 타진 등 각종 과학적 방법을 써서 진단함으로 보아야 한다.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고려해 그 범위를 넓히더라도, 최소한 ‘직접 진찰’이란 대면진료 또는 최소한 대면진료에 준하는 진료로 국한하는 것이 의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의료법상 허용되는 원격의료는 일정한 시설과 장비를 갖춰 의료기관에서 직접 대면해 진료하는 경우에 준하는 진료를 의미하는 바, 단순한 전화 진료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만약 대법원의 입장과 같이 진료방식의 제한이 없다고 본다면, 전화 외에 팩스, 이메일, 문자 등 또 다른 비화상 통신수단으로 진찰하는 경우도 의사가 직접 진찰한 것이란 말인가?
또한 의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으므로 처방약물의 종류에 따라 주의 의무도 달라질 수 있고, 이 사례와 같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전화로 처방하는 것은 그 주의의무에 위배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정말 내원했던 환자와 동일인물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결국 의료법 제17조제1항의 ‘직접 진찰’이라는 문구는 원칙적으로 대면진료만을 의미하므로, 전화처방은 대면진료 또는 대면진료에 준하는 원격진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의료법 제17조제1항의 문구를 ‘직접 대면 진료하여 진찰’로 구체화해 법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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