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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사마귀 급여기준

12,233 2017.01.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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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사마귀 급여기준에 처방권 무너지고 환자 신뢰 금가고  

"의료현장에서 사마귀 진료 꺼리게 되면 불편함은 환자 몫"  

 

#1.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어린이는 주삿바늘이 등장하자 두려움에 떨며 엄마를 찾았다. 이 어린이는 엄지손가락에 난 사마귀를 없애기 위해 경기도 의원을 찾았다.

"안 아프게 해줄게~" "몇 학년이야?" "괜찮아 괜찮아~"

치료를 하려는 의사와 어린 환자의 실랑이는 10분 넘게 이어졌다. 레이저 시술 부위를 마취한 후 레이저 기기로 치료를 시작했다. 살 타는 냄새가 진료실에 퍼졌다. 그렇게 또 10여분을 집중하며 사마귀제거술을 했다.

"손톱 주변에 사마귀가 나면 변형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작더라도 바로바로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사마귀는 감염성 질환이라서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눈에 안 보이니까요."

이 모 원장은 보호자에게 설명을 한 후 급여 청구를 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치료한 후, 설명을 하고, 청구코드 입력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이 원장이 받을 수 있는 비용은 약 4만원.

 

#2. 충청남도 G의원에는 발가락에 사마귀가 났다는 환자가 찾았다. 걸을 때마다 불편하단다. 사마귀 숫자를 세어보니 11개.

박 모 원장은 한 시간이 넘도록 레이저로 11개의 사마귀를 제거했다.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박 원장이 받을 수 있는 비용은 최대 약 5만5000원. 사마귀 급여기준에 따르면 최대 3개까지밖에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마귀 3개를 제외한 8개는 비자발적 '서비스'다.

 

최근 의료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방문확인 폐지 물결의 시발점에는 애매모호한 사마귀 급여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급여기준은 너무나 간단하다.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때 사마귀제거술을 하면 급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의사의 재량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듯하지만 '업무 또는 일상생활의 지장'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기고 있다. 

정부가 요양급여비 청구 급증을 경계해 일정치 않은 잣대를 들이대며 삭감, 현지조사 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마귀제거술 수가 산정 방법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동일 부위에 근접하고 있는 2개 이상을 동시에 제거할 때 첫 번째는 100%, 두 번째부터는 50%로 산정하되 최대 200%를 산정한다.

다른 하나는 같은 부위 범위는 다섯 손가락, 발가락을 각각 하나의 범위, 손바닥과 손등을 합쳐서 하나의 범위, 발바닥과 발등을 합쳐서 하나의 범위로 한다는 것이다.

즉, 수가는 사마귀 3개까지만 지급되고 손가락과 발가락, 손등과 발등 이외 다른 부위는 급여가 안된다는 것이다.

수가는 첫 번째 사마귀제거술 시 2만7400원. 두 번째부터는 이 금액의 50%다. 3개까지 수가가 인정되므로 최대 5만4900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사마귀는 다발성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달랑 3개만 보험이 되면 나머지 사마귀는 봉사하라는 소리밖에 더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사마귀제거술을 할 때는 뿌리가 손상될까 봐 걱정도 많이 되고, 이 환자가 다음에 왔을 때 치료 부위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할 정도로 신경을 써야 하는 치료"라며 "또 사마귀는 바이러스 질환이기 때문에 의사는 감염 부담도 안고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아닌 애매한 부위에 있는 사마귀. 사마귀 발생 부위에 압통이 있다든지, 2차 감염이 생겨 부종이 생기는 등의 불편함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 원장은 "팔꿈치에 사마귀가 있는데 눌려서 아프거나 하면 일상생활에 분명 지장이 가는 것인데 위치상으로 보험이 되는 게 아니라 비급여라고 설명하면 그냥 가버리는 환자도 있다"며 "비급여이면 진찰료 청구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박 원장도 "발목 이런 곳은 급여가 되는 줄 알고 오는 환자도 있는데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데는 되는데, 왜 안 되냐며 따져 묻는 경우도 있다"며 "환자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청구라도 하면 조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환자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의사가 이야기하면 급여기준에 따라 인정을 해줘야 하는데 특히 건강보험공단 현지확인은 무작정 부당청구로 간주해버린다"며 "결국 현장은 사마귀 진료자체를 꺼리게 되고 그 불편함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급여기준 명확히 하자"…개선안은?

결국 사마귀 질환을 주로 보고 있는 의사들은 급여기준을 현재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만간 학회와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마귀제거술에 대한 새로운 급여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의사회가 만든 급여기준 개선안을 보면 사마귀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사마귀 환자의 진료비는 요양급여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마귀제거술의 급여 범위도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다 출혈, 세균감염이 의심되는 상황 다발성 병변으로 자연적 소실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기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를 추가했다. 

또 동일부위 범위는 얼굴, 두피, 목, 흉부, 복부, 등, 골반, 둔부로 나뉘고 사지는 관절부를 기준으로 팔은 상완과 하완, 다리는 대퇴, 하퇴로 나눴다.

 

"수진자 조회로 수년 전에 사마귀제거술을 받은 환자한테 전화해서 일상생활 불편했냐고 물으면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환자가 '그다지'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행정조사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 및 일상생활에 지장이라는 이 구절 자체가 애매하다 보니 처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며 "의사 재량권을 넓히기 위한 표현이라고 해도 현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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