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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의 문제점 by 대한의학회 부회장 박형욱

26 2024.10.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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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의 문제점

 

대한의학회 부회장 박형욱

 

어제(2024년 9월 30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렇게 발언했다.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관계자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사과는 아니다"라면서 확대해석을 두고 선을 그었다.

 

이 사태는 왜 일어났나? 고등교육법 4년 예고제를 무시한 절차 위반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과학적 근거라면서 정당화한 것에 비롯되었다. 게다가 의료계와 수십 차례 증원 규모를 논의했다면서 의료계를 낙인찍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마음대로 조종하는 괴뢰위원회를 통해 그것을 정당화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전공의들에게 가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수많은 법적 협박과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은 정말 끔찍한 것이었다. 이로 인한 수많은 소송은 아직 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그렇다면 조 장관 사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주호 장관이 “6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한 발언이 괜히 나온 것 같나? 정권 내부의 분위기를 이심전심으로 표현한 말이다. 

 

정부는 의사들 요구대로 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첫 단계는 소위 국책 연구기관이라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인력추계센터에서 시작한다. 둘째 단계는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설치하는데 공급자단체들이 추천한 7명, 나머지 6인은 환자단체·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인, 관련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셋째 단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고 한다. 

 

가지고 노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참 신기한데 뭔가 진정성 있게 협의하려는 생각이 없다. 그냥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가지고 노는 내용을 포장해 언론에 터뜨리고 여론관리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정치가 없다. 정부도 이런 내용을 의료계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상관이 없는 것이다. 상대방이 받건 말건 여론만 관리할 수 있다면 된다는 것이다. 

 

의료인력 추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연구다. 그런데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객관적인 연구를 하리라고 보나? 문재인 케어 때 보사연에서 제대로 된 비판이라도 하는 것을 봤나?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비판하는 문건이 나왔다. Conflict of interest가 가장 심각한 조직이 바로 국책연구기관이다. 의사들이 약을 싸게 사는 것을 금지하고 싸게 사면 리베이트라면서 처벌한다. Conflict of interest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국책연구기관에서 나타나는 연구의 Conflict of interest다. 그냥 정권의 입맛에 쓰는 것이다. 

 

이 사태 초기로 돌아가 정부는 2018년 버클리 대학 쉐플러 교수의 연구 등 우리나라 의사 공급과잉을 추계한 연구들은 철저히 빼버렸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료만 찾아 자의적으로 어느 한 시점을 골라 평균 낸 수치를 골라 그것을 과학이라며 떠들어 댄 것이다.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주술이다. 

 

더 나아가 공급자단체 7명, 그 외 6명이라고? 공급자단체에 누가 들어가겠나? 대한병원협회가 들어간다. 병협은 사용자 단체다. 당장 과반에서 오히려 역전이 된다.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더 압권은 보건의료정책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지점이다. 의대 증원과 관련하여 정부는 보정심을 어떻게 운용했나? 자료도 미리 주지 않고 회의를 열어 그냥 1시간 만에 2,000명 증원이라고 결정 내고 회의를 끝냈다. 이게 정상적인 위원회냐? 괴뢰위원회다. 이렇게 회의를 운영해 놓고 “최고의사결정기구” 어쩌고 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지 않나 모르겠다. 

 

요컨대 보건복지부는 의대 2,000명 증원 절차의 오류를 반성하기는커녕 그것을 확실하게 제도화하는 내용을 내놓고 의료계에 과반 어쩌고 하면서 여론몰이하면서 전공의에게 사과 어쩌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어리석음은 버티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까? 계속 수렁에 빠져 허우적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도 저도 못 하고 허우적댈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어렵지만 빠져나갈 수 있다. 지금은 나름 정권에 치명상이겠지만 그래도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권에 치명상을 입으면서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 사태의 해결은 정부가 자신들이 내건 2,000명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선언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그 오류를 더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관심은 환자의 생명이 아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밖에 없으므로 6개월만 버티면 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고 어제 조 장관의 사과는 이런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결국 제일 힘든 사람들은 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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