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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대회원 서신

4,306 2020.08.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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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대회원 서신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대한의사협회의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이 이틀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공의, 교수, 개원의, 봉직의 많은 회원들이 결연한 의지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하여 항의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업무개시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의 조치로 우리를 압박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공재'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써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의사의 삶은 면허를 취득한 이후부터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됩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인하여 의지와 상관없이 건강보험의 틀 속에서 진료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건강보험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건강보험정책심의 위원회에서 결정되는대로 따라야 합니다. 수가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이를 결정하며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하여 페널티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전공의는 정부가 복무를 '관리'하는 대상이며 의사는 진료를 '명령'하면 따라야 합니다. 심지어는 병원을 사직하는 것도 정부가 막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철회는 '다른 모든 이해관계 집단'과의 논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이해관계자로는 시민단체, 병원계, 공공의료 확충 필요를 주장하는 학계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가장 큰 당사자인 우리 의사들의 의견은 물은 적이 없습니다. 물 밑에서 이 정책을 추진하는 1년간 단 한번도 의사협회와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행정에서 우리는 철저한 객체이며 타자입니다. 시키는대로 따라야 하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의견을 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며 함께 목소리를 내면 국민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난의 프레임에 갇혀 외로운 메아리가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에 걸쳐 오늘도 협회 임시회관으로 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4년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파업 당시에도 우리협회에 5억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협회장 및 관련 임원을 기소하였으나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집단행동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담합행위가 아닙니다. 이미 무리한 기소와 그에 따른 결과로 입증이 되었음에도 정부가 또다시 이러한 조치를 반복하는 것은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행정 자체가 '부당거래' 그 자체인데 정작 우리에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정부 앞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투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회원 사이의, 직역 사이의, 산하단체 사이의 오해를 증폭시키고 분열을 유도하는 여러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갖 근거 없는 소문이 증폭되고 퍼지면서 우리의 단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서로를 믿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절대로 믿음과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 주십시오.

 

이 투쟁은 단순히 네 개의 정책에 대한 저지를 위한 투쟁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 의사들이 지금까지 그랬듯 철저하게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서 이용되고 통제당할 것인지, 아니면 의료정책의 수립에 있어 분명한 주체이자 정부의 존중 받는 파트너로 거듭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싸움입니다. 

 

정부의 거센 압박 속에서 저마다의 고민이 있으실 줄 압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하나가 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동참, 그리고 연대를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2020. 8. 27.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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