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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최대집 회장]젊은 의사들의 함성, 이제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3,667 2020.08.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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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최대집 회장]젊은 의사들의 함성, 이제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입니다.

 

8월 7일, 여의도와 전국 곳곳에서 울려퍼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함성을 들으셨습니까? 전국에서 1만 2천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인력 증원안과 한방 첩약급여화에 대하여 분명한 반대의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참석하여 행사를 지켜봤습니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의 객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젊음 의사들의 단호함을 보며 선배로서 대견하고 고맙고, 또 미안했습니다.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수련을 받고 공부를 해야 할 젊은 의사들이 왜 이 더운 날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야만 했는지, 원통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원 여러분, 이제 선배들이 젊은 회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이런 부끄러운 의료환경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할 수 없습니다.

 

OECD 최저수준의 의료수가, 무질서한 의료전달체계, 그리고 관(官) 주도의 일방적인 보건의료 정책수립 속에서 우리의 자존심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의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바이탈 과목들이 미래가 없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맞바꾼 전공과목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전업할 수밖에 없는 동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정부의 일방통행은, 이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개혁에 대한 우리의 오랜 숙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의료수가와 전달체계의 정상화, 의료기관 운영을 위한 국가지원, 그리고 단일 건강보험 체제 하에서 사실상 공공의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의사의 수련과 양성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또 다시 회피한 채 실패할 것이 분명한 미봉책으로 모순 투성이의 환경에서 자존심의 상처를 안은 채 묵묵하게 의업을 수행해온 의사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8월 7일 단체행동을 선언하자 정부는 수련병원 담당자들을 급하게 소집하여 간담회를 열었고 공문을 발송하여 복무 점검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는 전공의 처우개선 목적으로 설치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하여 전공의들의 휴가상황을 점검하려 했습니다. 8월 14일을 4일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의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는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휴진에 참여하면 행정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사 회원 여러분, 대학에서 병원에서, 또 의원에서, 모든 회원께서 처하신 상황과 입장이 다를 것입니다. 14일 단체행동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실 줄 압니다. 이 편지를 빌어 말씀 드리건대, 단체행동의 모든 책임은 대한의사협회의 회장이자 13만 의사의 대표인 저 최대집이 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회장이 되기 전부터 이를 약속드렸고 정부의 불통과 오만, 독선으로 인해 전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는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의협의 회장으로서, 또 한 명의 선배의사로서 의료계의 미래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자존심만은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 언론과 사회의 '기득권' 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어떠한 정당한 주장을 하더라도 '밥그릇 지키기'로 매도 당하면서 무슨 짓을 해도 닿지 않는 목소리에 좌절감을 느끼며 서서히 손발이 차례대로 끊겨 나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이 나라 대한민국 의사의 천형(天刑)과도 같은 인생을, 후배들에게는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 정부의 독선을 넘어 봅시다. 손을 잡고 전진합시다. 겨울보다도 혹독한 2020년 여름을 교수,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의대생이 모두 함께 연대하여 이겨내 봅시다. 8월 14일, 여의도에서 뵙겠습니다.

 

2020.8.10.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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